펩타이드와 단백질에는 여러 가지 아미노산이 펩타이드 결합을 통해 서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이 바이오 분자는 바이오의약품, 식품, 사료 등 수많은 샘플에 들어 있습니다. 이 같은 바이오 분자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결합을 가수분해하여 유리 아미노산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아미노산 결합의 특성이 워낙 다양해 결합의 해체 효율은 물론 개별 아미노산의 회수율까지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가수분해 시 아미노산의 회수율은 화학 반응과 시약 매트릭스 간섭물질은 물론 아미노산 자체의 안정성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샘플과 아미노산의 화학적, 물리적 속성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그 동안 여러 가지 가수분해 방법이 개발되었습니다. 이들 방법은 반응의 유형(화학, 효소), 화학 반응의 특성(산성 또는 염기성), 반응의 물리적 상태(액상 또는 증기상)에 따라 구분됩니다. 방법 간 차이점은 특정 아미노산의 회수율(특정 시약에 의해 파괴될 수도 있음)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가수분해의 효율 및 소요 시간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샘플의 아미노산 총함량을 구할 때 두 가지 이상의 가수분해 방법이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화학적 가수분해 반응과 가수분해 유형을 아래에서 설명하고자 합니다.
참고: 자주 사용되지 않는 효소 가수분해는 본 문서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또한 화학적 가수분해 반응이라고 해도 사용하는 장비가 여러 가지입니다. 전에는 가수분해를 할 때 반응을 완성하기 위해 진공 상태에 있는 열원을 이용했습니다. 그러나 현대로 넘어오면서 마이크로웨이브 유도식 가수분해도 많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방법마다 장점이 다르므로 충분히 조사한 후에 장비를 선택해야 합니다.
단백질 샘플을 가수분해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산성 가수분해입니다. 이 방법은 증기상에서 할 수도 있고 액체상에서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반응에는 여러 가지 산을 사용할 수 있지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6M HCl입니다. HCl은 증발성이므로 완충액이 적어도 가수분해물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샘플이 소량일 때 특히 유용한 방법입니다. HCl은 또 액상 가수분해와 증기상 가수분해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6M HCl로 산성 가수분해를 하면 펩타이드 공유 결합 각각에 물이 추가되어 원하는 아미노산 수율이 나옵니다(그림 1). 그러나 HCl로 가수분해를 했을 때 아미노산이 모두 다 완벽히 회수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중에는 아스파라긴, 글루타민 같은 산성형으로 가수분해되는 것도 있습니다. 이 둘은 각각 아스파르트산과 글루타민산이 됩니다. 또한 다른 아미노산은 안정적으로 측정할 수가 없습니다. 예컨대, 트립토판은 반응 중에 파괴되고 황 함유 아미노산(예: 시스테인, 메티오닌)은 아미노산이 일부 파괴되어 안정적으로 측정이 불가합니다. 그런가 하면, 티로신, 세린, 트레오닌 같은 아미노산은 산성 가수분해의 속성상 회수율이 낮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처리만 잘 한다면 HCl로 가수분해를 해도 황 함유 아미노산 중 일부(예: 시스테인, 메티오닌)는 산 속에서 보존할 수 있습니다. 이들 아미노산을 정확히 정량하기 위해서라면 HCl로 가수분해하기 전에 샘플을 산화하거나 알킬화해도 됩니다. 산화는 주로 퍼포믹산을 이용하는데, HCl로 가수분해하기 전에 황 함유 아미노산을 산화하게 됩니다. 이렇게 하면 산화된 형태로 아미노산을 정확히 정량할 수 있습니다. 알킬화를 하면 황 함유 아미노산(시스테인)이 보존되어 알킬화 형태로 정확히 정량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많이 사용되는 알킬화 시약 두 가지는 시스테인을 피리디에틸 시스테인과 카르복시메틸 시스테인, 이 둘 중 한 가지 형태로 만들어 냅니다. 이 알킬화 프로세스의 또 한 가지 장점은 다른 아미노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HCl 가수분해로 정량이 어려운 아미노산에 대해서는 아미노산별로 다른 산성 가수분해 기법을 적용해도 됩니다. 그 중 하나가 메탄술폰산(MSA)과 같은 술폰산을 이용해 트립토판과 메티오닌을 (술폭시화물 형태로) 정량하는 것입니다. 이 시약은 비휘발성이지만 트립토판과 메티노닌 술폭시화물을 보존하므로 정량 분석이 가능합니다.
단백질과 펩타이드를 가수분해할 때 HCl을 이용한 산성 가수분해가 월등히 많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트립토판을 측정할 때에는 알칼리성이나 염기성 가수분해도 자주 사용됩니다. 트립토판은 염기 조건에서 안정적이기 때문에 트립토판을 정확히 정량할 수 있으며 식품, 사료는 물론 펩타이드, 단백질까지 여러 가지 샘플에 두루 사용되고 있습니다. 알칼리성 가수분해에서는 대개 NaOH나 KOH를 시약으로 이용합니다. 그러나 모든 아미노산을 산성 가수분해 대신 알칼리성 가수분해로 정량화할 수는 없습니다. 알칼리성 조건에서는 아르지닌, 시스테인, 세린, 트레오닌이 파괴되어 정량이 안 됩니다. 다른 아미노산에도 영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알칼리성 가수분해는 일반적으로 트립토판에만 사용됩니다.
가수분해물 반응은 액상 또는 증기상에서 실시합니다. 유형과 관계 없이 가수분해용으로 제조된 기기를 사용해야 반응이 잘 일어납니다. 전에는 가수분해물 반응이 고온과 진공 상태에서 몇 시간, 며칠 동안 일어나는 것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마이크로웨이브 가수분해 기기가 등장하면서 지금은 같은 프로세스를 몇 분만에 낮은 온도에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액상 가수분해에서는 샘플과 HCl을 모두 가수분해 튜브에 직접 넣어 반응을 일으킵니다. 이 절차에서는 샘플과 내부 표준물질, 산을 가수분해 튜브에 직접 투입합니다. 튜브는 질소로 세척한 후 밀봉하고 가수분해가 끝날 때까지 가열합니다. 액체 가수분해는 끝날 때까지 며칠이 걸리기도 합니다. 이 방법은 복잡한 샘플에 주로 사용됩니다.
증기상 가수분해에서는 샘플만 증기상의 HCl과 반응합니다. 이 방법에서는 먼저 샘플과 내부 표준물질(사용 시)을 가수분해 튜브에 넣고, 샘플을 건조시킵니다. 그리고 각 튜브를 열린 상태로 가수분해 용기에 넣습니다. 산(6M HCI)을 튜브가 들어 있는 용기 바닥에 넣은 후 용기를 밀봉하고 증발시킨 후에 질소로 세척합니다. 이어서 가수분해가 끝날 때까지 용기를 가열합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HCl과 같은 불순한 시약으로 인한 오염이 감소합니다. 증기상 가수분해는 대체로 액상 가수분해보다 빨리 일어납니다. 증기상 가수분해에서는 대개 샘플의 순도가 높아야 합니다.